[제로의사역마x콜오브듀티4] 제로의 SAS 3화

흠 그게 다 제 부덕이 소치
제로의 슈퍼내츄럴은 안씁니다.



  두 개의달이 하늘에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사람의 적응력은 놀랍다. 훈련병들이 군대라는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공간에서 단 몇 주의 시간이면 군인으로 거듭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역시 본인이 직접 겪는 것에는 못 미친다.
  멀리서 우아하면서도 흥겨운 관현악기의 화음이 들려왔다. 홀에서 한창 무르익고 있을 파티의 즐거운 소란도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자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장소였다.
  사람이 어떤 일을 누리려면 자격이라는 것이 요구된다. 즐거울 자격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

  빛을 흡수하는 무광택 컴벳 나이프가 섬광으로 화했다.
  공간이 나뉜다는 착각이 들게 만들 정도의 완벽한 베기 동작이었다. 중립 자세에서 컴벳 나이프를 꺼냄과 동시에 상대방목의 우측 부위를 최소 3cm 이상 베어내고 경동맥을 노출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움직임. 틀림없이 상대는 상황에 대한 판단을하지도 못한 채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아니, 될 것이다-라는 말은 옳지 않다. 그렇게 된다. 그렇게 되어 왔었다.
  필요에 의한 살인이라는 명제를 군인인 자신이 의문을 가지진 않는다. 하지만 파티엔 가고 싶지 않았다. 그뿐이다.
  살인을 위한 최대의 효율을 가진 동작들이 연이어 구현되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던 별로 중요하지 않다. 동작이 흐트러지는 일은 만에 하나라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SAS고, 그것이 소프라는 인물이다.
  흐르는 땀과 고조되는 심장 박동을 느끼며, 그는 점점 무아지경으로 향했다.



  갑작스레 눈에 들어온 광경은 그저 생경하게 다가왔다.
  눈꺼풀이 살며시 열리면서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천장? 그리고 잠에 취한 기분 그대로, 눈꺼풀을 닫았다. 다시눈을 뜨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알 수 없다. 눈가로 빛이 새어 들어와서 다시 눈을 떠 보니 하얀 침대보가 보였다. 침대보? 눈에처음으로 들어온 광경이었다. 아닌가? 아닐 지도 모른다. 다시 눈이 닫힌다. 어두웠다. 잠에서 깨어나서 처음으로 본 것은?어두운, 피부 너머로 햇살이 새어 들어오는 붉은 거죽이 아닌가? 맞을 지도 모른다. 아닐 지도 모르고.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어슴푸레한 인영이었다. 커다란, 안심이 되는.
  그리고 다시 잠의 수면 아래로 잠겨든다.
  기억은 불연속적으로 이어진다.
  사이토는 일어나자마자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녀석은 연속된 장면들을 봤다. 무엇부터 시작해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고… 시선의 경로는 연속적이지만, 기억은 불연속적이다.
  눈은 어느 샌가 뜨여 있었다. 언제부터 뜨여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랬다.
  환장하겠군.
  몽롱한 상태에서는 시간감각 조차도 어그러진다.
  여긴 어디지?  가만 보니 집하고 천장 생김새부터가 달랐다.
  가만 보니 지금 쳐다보고 있는 것이 천장이었다.
  사이토는 자신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긴 어디지?”

  그것보다는 자신의 상태를 깨닫는 것이 더 빨랐다. 속된 말로 온 몸이 비명을 지른 것이다. 격통에 겨워하면서 상체를겨우 일으켜보니 온 몸에 붕대가 둘러져 있었다. 그야말로 황당했다. 언제 이렇게 다쳐본 경험이 있긴 하던가. 기억하기론 없었다.
  침대 맡에 분홍색 섞인 블론드 머리카락이 보였다.
  누구시더라?
  워낙 혼란스럽다보니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칭칭 감겨 있는 붕대를 따라가다 보니 왼손에 새겨져 있는 낙서 같은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게 뭐였지?
  그리고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리고 낯이 익은 헤어밴드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들어온 여자아이… 흑발의… 누구더라?

  “시에스타?”

  “일어나셨네요, 사이토 씨.”

  내가 방금 시에스타라고 말했나?
  거기까지 생각하자 현실이 아릿할 만큼 파고 들어왔다. 그랬다. 여기는 트리스테인 마법학원이고, 저기 침대 맡에 기대어서 잠들어 있는 여자아이는 자칭 주인님인 루이즈 프랑소와즈였다.

  “그래, 나. 그 재수 없는 녀석하고 한판 제대로 붙었었지.”

  “어머, 귀족한테 그렇게 말씀하시면 큰일나요….”

  기쉬랑 한바탕 결투를 치룬 직후에 부상 때문에 쓰러져서 지금까지 잠들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시에스타에게 얼마나 잠들어 있었냐고 물어보자 사흘간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저어… 죄송해요. 그때 도망쳐버려서….”

  식당에서 기쉬를 화나게 했을 때 시에스타는 겁에 질려 도망쳤었다. 그 때 얘기를 하는 모양이었다.

  “괜찮아. 사과할 일이 아니야.”

  “저처럼 마법을 쓰지 못하는 일개 평민에게 귀족은 정말 두려운 존재예요….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두렵지 않아요! 저, 사이토 씨를 보고 감격했어요. 평민도 귀족한테 이길 수 있다니!”

  “그래…, 하하.”

  정말로 어떻게 이긴 걸까. 참 신기하다.

  “그… 소프는?”

  “네? 누구 말씀이세요?”

  “그 사람 있잖아. 키가 크고, 금발에, 말을 거의 안 하는… 나대신 싸워줬던.”

  시에스타는 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분, 방금 전까지 여기 있다가 가셨어요. 저는 아침 식사 보조가 끝나서 잠깐 다시 들렀고… 용무가 있어서 나가시는 것 같았는데 말씀을 도무지 안하시는 분이라서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아무튼, 그러면 시에스타가 밤새도록 내 간병을 해 준거야?”

  시에스타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제가 아니라 미스 발리에르께서 하신 거예요. 사이토 씨의 붕대를 갈아드리고 얼굴을 닦고… 잠을 못 주무셔서 많이 피곤한 모양이에요.”

  “루이즈가?”

  사이토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루이즈가 간병을 해줬다고?
  그런 말을 듣고 보니 루이즈가 달리 보였다. 하긴 얼굴은 예쁘지…. 기다란 속눈썹을 늘어뜨리고 침대 맡에 엎드려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면 꽤나 두근두근한다. 시에스타의 말을 듣고 보니까 귀여운 구석이 있긴 있구나 싶었다.



  프라이스 대위가 물었다.

  “사이토가 깨어났나?”

  소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이토가 아침에 가물가물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고서 다시 잠들었을 때, 녀석이 발견한 사람 모양의 형체가 바로소프였다. 소프는 사이토의 상태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딱히 프라이스 대위가 시켜서라던가 하는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대가 없이 얻은 압도적인 힘에 짓눌리는 인간의 풍상.
  일방적으로 린치 당하고 쓰러지는 모습.
  사이토가 측은했기 때문이었다.

  “자네를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동정하는 것만으로는 바뀌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동정심만으로 사이토의 좋은형이 되어줄 수는 없을 테니까. 녀석이 뭔가 하려고 들 때, 지금의 관계는 극적으로 바뀌겠지. 그 때가 되어서야 자네는 좋은형이 될 거라고 생각하네. 그걸 기대하게.”

  소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특이한 길을 걸어온 사람이고, 프라이스 대위가 말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프라이스 대위가 의자에 앉아서 좌중을 둘러보았다.
  개즈와 소프, 그릭스가 있었다. 이상이 핵미사일 저지를 위해 사일로로 침투한 인원 중 살아남은 그의 대원 전부였다.서전트 월콧, 그리핀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죽었다. 어쩌면 사역마 소환 마법에 휘말렸기 때문에 우리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아닐까 하고 생각되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대위는 루이즈에게 화내지 않았다.

  “시작하지.”

  아침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장기 계획의 부재는 목적의 부재다.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원들은 목적이 없는 상태였다.
  결론적으로는 무기력한 삶이 된다.
  지구도 아닌 이세계에서 목적의식을 상실한 채로 그저 홀로 무기력하게 있을 뿐이라? 그건, 이루 말로 할 수 없이최악이다. 차라리 초국수파 군대와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하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른다. 지금의 그들은 단지 작전 중 실종자일뿐이다. 한 단어로 표현 가능하다.
  MIA. Missing In Action.
  프라이스 대위는 최악의 상황은 방지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 아니, 사실 대위 조차도 피해자일 뿐이다. 단지 피해자라고말하지 않는 것은… 루이즈의 소환 때문에 자신들이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다면 어느 쪽이 선인지는 판단이 서지 않았기때문이었다. 아무튼 그를 비롯한 네 사람은 그런 상황만은 마다하고 싶었다. 그러므로 넷이 모두 필사적으로 뭔가에 매달리는것일지도 모른다.

  “슈뵈르즈 선생… 이명은 적토의 슈뵈르즈라고 합니다. 이 선생은 얼마 전에 집을 신축했기 때문에 재정 상태가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에는 별 다른 특이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개즈의 말이었다. 그와 그릭스는 한동안 학원에 관련된 사항들을 조사하고 다녔다. 마법학원의 학원장부터 시작해서 선생전반에 걸쳐 인명에 관련된 사항들을 모조리 조사했고, 학생은 물론이고 평민 고용인까지 전부. 학원의 재정 상태와 외부적으로지니는 위상 등은 물론이거니와 학원 내의 설계도와 보안체계 등. 조사 가능한 모든 것들이 이 자리에서 보고되고 있었다. 물론 그보고는 한 번에 이뤄지는 것들은 아니었고, 브리핑마다 단편적으로 조사된 분량만큼 보고되고 있었다.

  “그냥 후덕한 아줌마로 보이는군. 다른 선생은?”

  “없습니다. 그 선생이 마지막이었고… 기토 선생인가 하는 자는 조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상부터가 날카롭게생겼는데, 냉소적이고 비판적이고, 하여간에 좀 매사가 부정적인 인물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엮여서 좋을 것은 없겠지요. 바람계통의 마법사로 자존심이 강하다고 합니다. 학생들의 평가도 나쁘더군요.”

  “자존심 강한 거야 모든 귀족들의 특징 같더군. 끝인가?”

  개즈가 고개를 저었다.

  “신원이 불명확한 사람이 세 사람 있습니다.”

  그릭스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할케기니아 어조차도 흑인 억양으로 발음하는 그의 말투는 참으로 오묘했다.

  “신원조회는 끝마쳤습니다. 확실해요. 그런데도 불명확하게 나오는 놈들이 셋이나 있단 말입니다. 혹시 빠뜨린 게 있거나 조사가 미흡했거나 싶어서 더 파고들어봤는데, 여전히 애매하던데요?”

  프라이스 대위는 이상하다는 투로 말했다.

  “이름 불러봐.”

  개즈가 대답했다.

  “첫 번째는 학원장인 오스만입니다. 남자고, 고명한 마법사에, 마법 학원의 학원장이고, 호색한에, 나이가 많다는 점을제외하면 알려져 있는 게 도통 없습니다. 나이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백 살이 넘었다는 말이 있는 반면에 수백 살은 되었다는 말도있고, 뭐 그렇습니다. P.H.브래드의 경우를 언급하면….”

  “그만.”

  골치 아픈 기억이었다.

  “알겠습니다. 어쩌죠?”

  “그 영감이 어떤 인간인지 아는 게 중요한데… 젠장. 보류해두게. 두 번째는?”

  “이 연구실의 주인인 쟝 콜베르 선생입니다.”

  프라이스 대위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번에 술 한 잔 할 때에 대충 비밀이 있다 싶은 분위기가 풍기더라니. 그도 제외하게.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내가직접 묻지. 어차피 그는 중요한 인물이야. 지프 조립하는 거 봤지? 여기에 그런 일 흥미 두고 있는 사람이 그릭스 뿐이지?”

  그릭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대학에서 무기체계학과 병기공학을 공부했었다.

  “콜베르는 중요한 남자야. 내가 어떻게든 해봐야지. 그리고 다음은?”

  “마지막은 롱빌이라는 여자입니다. 학원장실에서 근무하는 그 비서 있잖습니까.”

  “망할. 학원장실에서 노는 놈들은 죄다 의뭉스러운 데가 그렇게 많아야 쓰는 건가. 그 여자는 뭐가 문제야?”

  “20대 초반, 초록색 머리카락, 균형 있는 몸매에 중간 키, 마법을 사용할 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족은아니라고 하더군요. 어째서 귀족이 아닌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귀족은 전원 마법사이지만 마법사가 전원 귀족은아니라고 합니다.”

  “의절을 당한다거나 귀족 칭호를 뺏긴다거나 하는 일도 있을 법 하니까. 이해가 되는군.”

  “예. 아무튼 그런 방식으로 귀족이 아닌 메이지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 미스 롱빌이라는 여자는 수상합니다. 오스만 학원장이 직접 데려와서 채용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이 여자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그야말로 전무합니다.”

  프라이스 대위는 수염을 만지작거리더니 이마를 짚었다.

  “마음에 안 드는 여자로군…. 더 조사해보게. 개즈, 아무래도 자네가 이번에 수도를 다녀오면서 조사해보는 게 좋을 것 같군. 보고할 게 더 있나?”

  개즈는 애매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보고하면서 한 번도 지은 적이 없던 표정이라서 프라이스 대위는 무슨 일인가 싶었다.

  “중요 인물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타바사라는 유학생입니다. 이름이 가명이더군요.”

  “가명인 경우는 제법 많았잖나. 사소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가문에다 누를 끼치기 싫다는 이유로 가명을 사용하는… 뭐 그런 녀석들 말이야.”

  “이번 경우는 아닙니다. 가명을 사용하는 귀족 학생들은 대부분 이름 뒤에 붙는 가문 명을 바꾸는 경우가 거의 절대 다수입니다. 아예 가명을 이름 대용으로 쓰는 학생은 이 타바사라는 소녀가 유일하더군요.”

  “그런데 그게 왜?”

  “이웃 나라인 갈리아의 공주라고 합니다. 유학생 서류를 뒤지다가 확인했습니다. 본명은 샤를로트 엘레느 오를레앙,전왕의 차남의 딸이고, 차남이 왕위계승에서 떨려나오면서 숙청당했고 그래서 그 가족도 숙청, 여기에 유학 온 것은 거의 유배나다름없습니다. 바람 계통의 마법을 구사하며 실력도 상당하다고 하는데… 슈발리에 칭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프라이스 대위는 기겁을 했다.

  “윽, 그 프랑스스러운 단어는 대체 뭐지!”

  “압니다. 아무튼 간에 기사 작위라는 물건인데, 실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주어지는 칭호라고 합니다. 마법 실력도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그리고 덤으로 루이즈의 학우입니다. 같은 반이라 이거지요.”

  “아무튼 중요인물이군. 그리고 요주의 인물이고. 참고하지.”

  프라이스 대위는 일어서서 창가로 다가갔다. 창문을 열자 푸근한 봄바람이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헤리퍼드 날씨보다는 여기 날씨가 더 낫군. 프랑스스럽긴 하지만.

  “여기가 우리 세계에서 프랑스를 반영한다면, 영국은 어디쯤 될까.”

  대위의 황당한 질문에 개즈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어… 알비온?”

  “그래. 하지만 앵글로 색슨이 살 것 같지는 않군.”

  별로 웃자고 한 얘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개즈는 입을 다물었다.

  “소프는 나하고 같이 사이토 녀석을 보러 가지. 그 다음에 학원장실에 들러서 학원 보안 문제를 상담하고. 개즈와 그릭스는 조사를 끝내고, 모두 오늘 점심 시간에 식당에서 다시 모인다. 이의 있나? 없군. 그리고 나면, 개즈?”

  “알고 있습니다.”

  개즈는 조사를 끝낸 후 트리스타니아에 찾아가서 도시의 물밑작업을 마저 끝내놔야 한다. 정보원을 포섭하고 자경단체를적절하게 짓밟아놓으며, 부유한 평민에게 휘둘릴 수 있는 하급 관리 등의 비리를 파악하는 등의 활약이다. 이는 대원들이 더 많은정보를 얻고 더 많은 자금을 융통하는 초석이다. 트리스타니아에 전투 전문가는 단연코 없으므로… 그런 곳에서 개즈는 토끼무리사이의 사자나 다름없었다.

  “해산하지.”



  사이토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뭔가가 마음 한 구석에서 걸리던 적은 없었다. 이 감정은 무엇일까. 가슴 한 편에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이 납덩어리 같은 감정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이 감정은 결코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은아니었다. 사이토가 죄책감을 느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기쉬를 때려서?
  모두의 앞에서 망신을 줘서?  그런 시답잖은 이유는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왜?

  “쌩쌩해 보이는데?”

  침대 위에 걸터앉은 사이토에게 말을 건네면서 프라이스 대위는 내심 놀라워했다. 그 날 결투에서 거의 반죽음 수준의데미지를 얻은 사이토는 외상이 워낙 중해서 곧 털고 일어날 수 있을지 걱정될 정도였는데도 지금은 이렇게 멀쩡하다. 부러진 팔도깨끗하게 나아 있었는데 거동에 불편한 점은 찾을 수 없었다. 물 계통의 마법은 치유를 담당한다고 하더니, 그 말이 사실인가보다.적어도 외상을 치료하는 데에 있어서는 여기의 마법은 현대 의학보다 한 수 위였다.

  “어,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다….”

  “병문안 왔지. 소프가 네가 일어났다고 전해주더군.”

  “아… 그럼 그 때….”

  아무래도 아침에 봤던 사람 그림자는 소프가 맞았던 모양이다.

  “무모했다는 거 인정하지? 그렇게 갑자기 현지인한테 달려들고 그러지 말라고. 우리 모두가 불편해질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프라이스 대위의 말에 사이토는 기분이 약간 불편해졌다. 상식적으로 봐도 기분 나쁠 만한 짓을 한 쪽은 내가 아니고 그 쪽이었는데, 사이토 입장에서 기쉬의 행동은 적반하장이 따로 없었다.

  “꾸중하러 오신 거예요?”

  프라이스 대위는 피식 웃더니 사이토의 머리에 꿀밤을 한 대 딱 먹였다.

  “그래. 꾸중이다.”

  사이토는 아프다는 듯이 머리를 문지르면서 말했다.

  “그 자식이 나빴다고요. 어? 벌써 가시게요?”

  “살아있는 거 봤으면 됐지. 필요한 게 있으면 소프에게 말해라.”

  그러고는 프라이스 대위는 가버렸다. 진짜로 살아있는 거 확인하는 게 목적이었나 보다. 소프만 남아서 사이토 옆에우두커니 서있는데 서로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정확하게는 사이토는 소프가 대답하지 않을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말을 안 하는거고, 소프는 어차피 사이토가 말해봐야 대답하지도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 물어보기는 해야 했다.

  “… 그 때 어째서 나섰지요? 아니… 바보 같은 질문이네.”

  “…….”

  나를 불쌍하게 여겼기 때문일 것이라고 사이토는 추측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사이토가 생각하지 못했던 나머지반은 간단했다. 기쉬가 사이토에게 휘두른 무자비한 폭력에 대한 소프의 분노였다. 소프는 그 폭력이 일말의 고민도 거치지 않은순수한 어린아이 장난이라는 점에서 격분한 것이다. 그 나이를 먹도록 절제를 모르다니. 그것도, 힘을.
  소프가 애매하게 고개를 저은 이유가 그 것이었다. 네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사이토는 소프의 애매한 부정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맞으면 맞고 틀리면 틀린 거죠.”

  그게 아니니까 이러지.
  소프는 자기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생각을 해보라는 뜻이었다.

  “아무튼… 나 이런 게 생겼는데, 뭘까요. 대체?”

  사이토가 왼손을 내밀었다. 손등에는 낙서 비스무리하게 생긴 글자가 얼기설기 이어져 있었다. 전설의 사역마를 의미하는간달브의 룬문자였다. 하지만 소프가 룬문자를 읽을 수 있을 리는 없고, 다만 저 룬문자가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을제공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일전에 프라이스 대위로부터 전해들은 바였다.
  소프는 대검을 뽑더니 뒤집어 잡았다. 그리고는 날을 잡은 채로 손잡이를 사이토에게 건네줬다. 사이토는 당황했지만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받아들었고, 마침 내밀었던 손이 왼손이었기 때문에… 손을 뒤집어보니 손등에서 룬문자가 백열하는 것을 볼 수있었다.

  “그 때도 이랬어요. 몸이 가벼워지고 온 몸의 아픔이 사라지고…. 무기를 쥘 때 이렇게 된다는 건, 이 글자의 능력이겠지요?”

  소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사이토에게 바라는 것은, 그런 힘이 왜 생겼는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것은 조금만 생각해봐도알 수 있다. 사역마 소환 마법에 의해 이곳으로 넘어왔고, 컨트랙트 서번트 마법으로 룬이 새겨졌기 때문이다. 우연이니 운명이니설명하려고 해봐야 될 것도 아니고… 결과를 정리하자면 이미 언급한 대로다. 저게 전부였다. 그걸로 끝이다.
  다만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과 고민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소프는 사이토가 부디 그렇게 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기쉬와의 싸움에서 본 사이토는 소프가 기대하는 대로 될 수 있는 녀석이었다.



  학원 경비를 담당하는 위사들을 불러 모아놓고서 프라이스 대위는 콧수염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소프가 와야 시작을 하든 뭘 어떻게 할 텐데… 하고

  "별 말 하던가?"

  소프는 어깨를 으쓱 했다.
  내심 프라이스 대위는 조금 실망했다. 사이토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때문이었다. 거의 죽을 만큼 얻어 맞았는데도말이다. 그 쯤 되면 생존에 대한 경각심이 일어날 법도 하지 않나? 개인의 무력이 지구에 비해 월등한 할케기니아에서 평범한소년이 살아남으려면 뭘 해야 하는지 생각도 안해보나?
  다만, 방금 전에 일어난 녀석에게 뭘 바라는 건지. 걱정은 어느 정도로 끝내기로 한 프라이스 대위는 위사들에게시선을 돌렸다. 사실 프라이스 대위가 생각하는 수준의 진지함이란 이미 사이토도 어느 정도 체감하고 있는 바였다. 그러나 프라이스대위와 소프가 사이토를 보는 시점이 조금 다를 뿐. 어쨌든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사이토였다.
  지금은 눈 앞에 있는 이 껄렁껄렁한 위사들을 어떻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사열종대 앉아번호로 연병장이 두 바퀴… 까진 아니지만 아무튼 많이도 모였다. 과연 트리스테인 유일의 마법학원다운 숫자다.

  "뭐 이런 판에 박힌 전개가… 젠장."

  숙식 제공과 신변 보장에 관련해서 올드 오스만과 일종의 거래가 오갔고, 그 결과가 바로 학원의 경비 일체를 책임지게된 것이다. 현대적인 보안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아날로그로, 순전히 인력만으로 처리해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앞이암담하지만….

  "……."

  제일 걸림돌이 뚱한 눈으로 프라이스 대위와 소프 두 사람을 쳐다보는 위사들이었던 것이다. 이들을 먼저 어떻게든 해야하는데… 프라이스 대위는 혀를 찼다. 차라리 조언 역할이라면 모를까. 어떻게 외부인한테 경비 일체를 맡겨버린단 말인가! 올드오스만의 생각 없음을 탓해야 하나?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문제가 좀 심각했다. 이런 보안 문제를 맡김으로써 프라이스 대위 일행이 어느 정도의 일까지 해 낼 수가 있는지 보고자 한다면? 말이야 좋아서 보안을 맡긴 것이지만 이건 일종의 시험이 아닌가?
  비약이 너무 심한가.
  그러나 분명 고려해야 할 문제였다.

  "학원 내의 경비 상태를 점검해 본 결과,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확인하고 일선 관계자를 소집하여… 어쩌구 하던데. 당신들 지금 장난칩니까?"

  책임자가 되는 위사는 나이가 기껏해야 서른을 갓 넘겼을까 말까 한 인물이었다. 그런 젊은이가 프라이스 대위에게 대드는모습을 보니 소프는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었다. 물론 프라이스 대위는 자신의 말로는 인격자였지만… 진짜 그럴까? 만약 여기 이자리에 카마로프 하사가 있어서, 프라이스 대위가 베이루트에서 저질렀던 일을 여기 이 작자들에게 들려준다면 지레 겁을 먹고 오줌을쌀 지도 모른다.

  "아니 뭐… 사실을 말한 것 뿐인데…."

  "뭐요!?"

  쳇. 학교 보안이 대체 뭐가 필요하냐. 값비싼 전자제품이라도 들여놓은 것도 아닌데.
  하지만 여기는 마법 학교였고, 트리스테인의 명망있는 귀족 자제들부터 시작해서 각국의 유학생들이 찾아오는 곳이었다.미래 귀족 사회의 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 중요도를 일반적인 학교랑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물론 프라이스대위는 그런 구분 좋아하지 않지만.

  "말 그대로요. 학원의 경비 배치 같은 것들은 별로 흠잡을 데가 없더군. 하지만 그 질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소. 경비병들의 태도부터 시작해서 방만하기 짝이 없는 게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

  이쯤 되면 그냥 대놓고 깐다고 봐야 한다. SAS 내부의 문제라면 이렇게 가혹하게 이야기 할 필요도 없었겠지만…일단은 충격 요법이 필요한 시기다. 게다가, 솔직히 말해서 위사들의 질을 개선한다고 하는데 별로 할 말이 없기도 했다. 이런경비병들에게 격투기를 위시한 체계적인 CQB를 가르치기라도 해야 한단 말인가? 단기속성으로 되는 문제도 아니고 그럴 인력도재원도 없다. 이미 논의한 사항이지만 그들이 위사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들은 간단한 경비 수칙 몇 가지 정도로 정해졌다. 그 이상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이다.
  프라이스 대위의 말에 진짜로 격분했는지 위사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다른 위사들도 분개 내지는 당황으로 웅성이는 가운데, 책임자 격의 위사가 외쳤다.

  "그런 당신들은 뭐가 얼마나 잘났다는 거요!? 검을 잘 쓰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게 뭐 어쨌다는 거요! 당신들이 메이지가 아닌 이상은 아무래도 부질 없는 짓이야!"

  "그 따위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문제가 있다고 하는 거지."

  "뭐야!?"

  프라이스 대위가 턱짓을 했다. 두 번.

  "소프, 가서 보여줘."

  그리고 소프가 나섰다.
  웅성이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토괴의 후케란 도둑이 있다고 들었소. 그 자는 메이지이면서도 도적질이나 하고 있다더군. 그런 자들이 문제를일으키면, 물론 평민은 무력하다는 식으로 얘기하면 변명거리나 되겠지.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 메이지도 얼마든지 제압가능하지."

  "이건 무슨 뜻이지?"

  위사의 앞에 나선 소프를 보고 코웃음을 치며 물었다. 기껏해야 스무살 좀 넘었을 법한 청년이 아닌가? 몸이야 탄탄해보였지만 그걸로 끝이다. 뭐가 대단하다고?

  "소프가 당신을 제압할 거요. 메이지가 주문을 외우는 데 필요한 시간은 아무리 짧게 잡아도 2초 내지 3초는 걸리지. 그 시간이면 나이프로, 꺼내는 동작, 베는 동작이 한 순간에 나가. 게다가 확인 사살까지 해낼 수 있는데."

  위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더니 그는 자세를 취했다. 대위나 소프가 보기에는 형편 없는 자세를. 무슨 격투기를 배운 것도 아니고… 학원 경비를 담당한다는 위사들의 책임자가 저렇단 말인가? 앞이 암담했다.

  "해보시지!"

  소프가 달려들었다.
  그리고 딱 정확하게 3초 동안 위사들은 놀라운 것을 봤다.
  내뻗은 주먹을 피해서 간격을 좁히고, 멱살을 쥐어 잡아 당기며 후려치면서 패대기쳐버리는 동작. 그야말로 제대로 된 저항이랄 것 하나 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제압당하는 모습은 제법 감명 깊게 다가왔을 것이 분명했다.

  "대장님! 정신차리세요! 대장님!"

  소프에게 내동댕이 쳐진 위사는 정신을 잃고 혼절한 상태였다.
  다른 위사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아니, 입을 쩍 벌리고 소프와 프라이스 대위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들을 향해프라이스 대위는 미소를 지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콧수염을 멋드러지게 기른 중후한 중년 남자의 멋드러진 미소였겠지만위사들이 보기에는 아니었다.
  제법, 섬뜩한 미소였다.



  미스 롱빌은 학원장인 오스만 씨의 전속 비서였다.
  그녀가 여기 학원장실까지 오는 과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어느 날 선술집에 들른 올드 오스만은 어느 여급의엉덩이를 더듬었었다. 그러나 그 여급은 오스만 씨의 파렴치한 손길에도 전혀 화를 내지 않았고, 그 대범함에 감탄한 오스만 씨는여급을 자신의 비서로 전격 채용했다고 한다. 그 여급이 바로 미스 롱빌이었다.
  자신의 지정석인 학원장실의 문가 자리에서 글을 쓰던 미스 롱빌은 올드 오스만이 책상에 코를 박고 잠든 것을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사일런트 주문을 외워서 발소리를 죽이고는 학원장실 밖으로 사라졌다.

  “과연… 마법학원답네.”

  그녀가 향한 곳은 학원장실 아래의, 트리스테인 마법학원의 유서 깊은 보물이란 보물은 모두 보관되어 있는 보물고였다.온갖 비보가 잠들어있는 문이다 보니 엄중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우선 거대한 철문이 입구를 가로막고 있었다. 그리고 빗장이 철문을가로질러 걸려있었고, 철문은 또다시 거대한 자물쇠에 의해 보호 받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미스 롱빌은 시험 삼아서 자물쇠에 언 록(Un Lock) 주문을 걸어보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과연 마법학원의 보물고답게 마법으로 엄중히 잠겨 있는 것이다.

  “그런 초보적인 주문이 통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말이야.”

  그렇게 중얼거린 미스 롱빌은 지팡이를 휘둘러서 철문에다 연금 마법을 사용했다. 그녀의 장기인 연금 주문은 물질의 구성을 변화시키는 마법으로, 이를테면 돌덩이처럼 단단한 것들을 한낮 흙더미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는 주문이다.
  미스 롱빌이 낭랑하게 주문을 외웠다.
  지팡이를 내뻗었고, 마법이 날아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철문에 닿았는데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고정화 마법….”

  고정화 마법은 물질의 화학적 변화를 방지하는 마법이다. 그 주문이 보물고의 문에 걸려있는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보물고 전체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해제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적어도 스퀘어급의 메이지가 고정화 마법을 시전 했을 것이리라고추측됐다. 만약 그렇다면 큰 문제다.
  계단 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뚜벅, 뚜벅, 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을 보니 이쪽 방향으로 오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발소리가 하나가 아니었다. 적어도 둘 이상의 발소리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던 것이다.

  "그 패배주의적인 근성을 뜯어 고쳐줘야 뭐가 되는 법이지."

  "그렇지만 너무 과격하게 접근하신 것 아닙니까?"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려왔고 이윽고 보물고 앞까지 다다랐다.
  맨 처음 나타난 것은 콜베르의 얼빠진 얼굴이었다.

  “미스 롱빌? 여기서 뭐하십니까?”

  롱빌은 미소를 지었다.

  “보물고 목록을 작성할까 하고… 그런데 뒤의 분들은 누구신가요?”

  콜베르의 뒤에는 결코 그처럼 얼빠진 얼굴이라곤 지을 것 같지 않은 남자가 둘이나 서 있었다. 아래턱은 깨끗하게밀어버리고 콧수염을 양쪽으로 멋지게 늘어뜨린 남자가 하나. 그는 콜베르보다도 나이가 많아 보였다. 나머지 한 명은 짧은 머리에전체적으로 선이 굵은, 강직해 보이는 턱을 가진 젊은 청년이었다.
  흐응… 이 사람들은 분명…?

  “아, 소개가 늦었군요. 이 분은 미스터 프라이스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 이 분은 미스터 소프라고 하지요. 두 분은 이번에 학원의 보안 담당으로 새로 오신 분들입니다.”

  “반갑소.”

  프라이스가 손을 내밀었고, 롱빌은 미소 지은 그대로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

  “새로 오신 분들의 면면을 보니 믿음직스럽네요. 저는 학원장님의 비서인 롱빌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프라이스 대위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개즈가 아침에 보고했던 대로라면 세 명의 신원 파악 불명자 중에서 두 명이여기에 있는 셈이다. 그나마 콜베르는 대충 어떤 인간인지 짐작이나마 갔지만 (적어도 그가 선량한 인간이라는 것을 확신이라도 하는반면에) 지금 악수하고 있는 여자인 롱빌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출신 성분이 어디이며 마법학원에 취직한 동기는 무엇이며 하는것들이 완벽하게 불명확하다는 점은 프라이스 대위가 언짢아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그런 심기를 드러낼 정도로 아마추어가 아니다.
  무표정이 최상의 답이고, 악수를 하고 그걸로 끝났다. 롱빌은 소프와도 악수했다. 굳은살이 단단하게 박혀 있는 손이적잖은 훈련을 겪은 것이 분명했지만 사실 군대 문화라곤 접해본 적도 없는 롱빌이 그들이 어떤 훈련을 얼마나 고되게 받는지 알리가 없었다. 사실 SAS처럼 무식하게 훈련을 받으면서도 현대전 기반의 전투에서 칼들고 설치는거 좋아하는 백정들은 이 세계엔 단한 군데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래봐야 평민들이 뭘 할 수가 있겠어?'

  롱빌은 속으로 웃었다. 그리고 보물고 작성 이외에 다른 일을 해야 한다며 먼저 사라졌다. 이미 없어진 사람의 뒤통수에 대고 프라이스 대위는 언짢은 기분 그대로 내뱉었다.

  “저 여자 마음에 안 드네.”

  “예?”

  프라이스 대위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콜베르, 미안하지만 우리는 학원 전 직원과 학생에 대한 내사를 펴고 있었소. 그 조사에서 신원이 불명확하게 나온 자들 중에서도 가장 미심쩍은 자가 바로 저 여자요.”

  콜베르는 크게 당황했다.

  “비밀리에 뒷조사를 했단 말입니까? 무슨….”

  “그만 하시오. 학원장에게서 보안을 의뢰받은 사람으로서 결정한 일이고, 당신이니까 하는 말이오.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았겠지. 내가 콜베르 당신을 신뢰한다는 뜻이니까.”

  자신을 신뢰한다는데 어떤 식으로 보답할 것인가. 선량한 사람들은 대체로 이런 말에 약하다. 게다가 프라이스 대위가내사를 벌인 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콜베르로써는 제대로 판단이 서지 않았다. 프라이스는 콜베르가 결국엔 자신의 편에 서줄 것이라고 예상하며 말을 꺼낸 것이고, 그 판단은 적중했다. 언동 자체는 비겁하다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어쨌든 프라이스대위로써는 필요한 일이었다.
  콜베르는 할 말이 궁해졌다. 그가 입을 닫은 채로 생각에 잠기자, 프라이스 대위가 말했다.

  “일이야 어찌 되었건 간에, 저 여자는 수상하니 조심하시오.”

  “구체적으로 어떤 게 수상하단 말입니까?”

  “전부 다. 행동거지부터 출신성분에 동기까지 모든 게.”

  “그러면… 어쩌지요?”

  콜베르는 기본적으로 겁이 많은 인물이다. 프라이스 대위는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어떻게든 해주려고 우리가 있는 거요.”




  사이토는 고민 중이었다.
  굳이 자리 털고 일어나자마자 루이즈의 속옷을 빨아야 하는 가혹한 처사를 겪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상황을 보다객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빨래판에 대고 분홍색 속옷을 벅벅 문지르고 있었지만 머리 속에서는 나름대로 치열하게궁리중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 지저분한 기분을 떨쳐낼 수 있을까.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사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자세였다. 아마도 한바탕 싸우고 자리깔고 앓아 누웠던게 뭔가의계기라도 됐으리라고 할 밖에. 스스로도 별로 익숙찮은 고민이었지만, 아무튼 간에 사이토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고민을…역시 별로 해본 적 없는 고민이라서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감이 안잡혔다.
  거창하게는… 인생?
  푸하하 하고 메마르게 웃고 양 팔에 닭살이 오르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사이토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이영 희박한 녀석이었다. 그런 시도를 해본 적도 별로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에 대한 쑥덕공론을 장황하게 전개중이신 자신의모습이 낯설었다.
  닭살이 오를 만 하군.

  "지금은 빛이 안 나는데 말야."

  빨래 바구니에 속옷들을 대충 처박아 놓고 수돗가 옆에 턱하니 걸터 앉았다. 무심결에 왼손 손등을 들여다봤다. 손등에새겨져 있는 낙서같은 룬 문자는 기쉬와 싸울 당시에는 글자 전체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지금은 빛이 꺼져 있지만….
  콜베르가 이 룬 문자를 필사한지 제법 시간이 지났다. 신기하다고 냅다 자동차를 뜯어보는 사람이니 그 정도학구열이라면 룬 문자도 진즉에 찾아보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야기를 들을 새도 없었고, 사이토 스스로 찾아가서 물어보지도 않았다.게다가 한참 앓고 잠에서 깨어나보니 이 모든 사태의 장본인은 냅다 속옷을 빨아오라고 시키질 않나.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는없었다.
  이 무기력함. 지저분한, 마음이 끈적하게나마 착 가라앉아 있는 기분.
  루이즈에게 상담… 은 말도 안 된다. 때리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주위에 터놓고 얘기해 볼 상대가 이렇게나 없다는 사실이 좌절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나마 소프 정도가 속내 숨기지 않고얘기하는 사이였지만, 도통 말을 하질 않으니 원. 안타깝게도 다른 대원들과는 이야기를 길게 해 본 적이 없다.
  결국 혼자 끌어안고 가야 할까.

  "에휴."

  한숨을 푹 쉬었다.

  "왜 그렇게 기운이 없으세요?"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누군가 하고 뒤를 돌아보니 시에스타였다. 사이토가 할케기니아로 넘어와서 만난 사람들 중에서 시에스타가 가장 친절했기 때문에, 사이토로서는 반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 아냐. 아무것도 아니고…."

  시에스타는 버벅대는 사이토를 바라보다가 마찬가지로 한숨을 내쉬었다.

  "미스 발리에르도 참. 사이토 씨는 아직 아프신데…."

  사이토는 진짜로 감동받았다.
  가만 생각해보면 일본에서는 자신을 이렇게 걱정해주는 여자아이란 결코 없었다. 그게 서글퍼서 인터넷 채팅으로 여자를사귀어 볼까 하고 노트북을 들고 집에 가다가 이 봉변을 당했던게 아닌가. 어떤 의미에서는 구세주가 내려왔다고 해도 별로 할 말이없었다.
  아무튼 사이토도 남자라고, 누군가가 자신의 걱정을 해 주는 것은 좋기도 했지만 뭐… 미묘한 기분이었다. 여기서는 계속 걱정하게 만드는 게 도리가 아닌 듯 싶었다.

  "아파서 그런게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요? 다행이네요…."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있다.
  사이토, 너 제법 대단하잖아.
  아까까지 치열하게 고민했던 건 어디다가 치워놨는지 금새 기분이 좋아진 사이토였다.

  "저… 사이토씨. 식사 아직 안하셨죠?"

  "응. 이제 먹으러 갈 참이었는데."

  "그러면 저랑 같이 주방으로 가실래요? 마르토 주방장님이 식사 대접을 하고 싶으시다고 말씀하시던데요…."

  귀가 번쩍하는 소식이었다. 그 허여멀건 수프와 퍼석하기 짝이 없는 통밀빵이 아니라면 무슨 음식이라도 좋다는심정이었는데 주방장이 식사를 대접해주겠다니! 그 뜨거운 감동의 눈길에 시에스타는 살짝 얼굴을 붉혔다. 물론, 사이토는 바보라서시에스타의 호의를 보이는 이유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USMC 1st Force Recon, SSgt. Griggs.
  그의 소속이고, 직책이며 이름이었다.
  그는 분명히 미 해병 특수수색대의 그릭스 하사였다. 동료들이 핵공격에 죽어갈 때에도, 세계를 위기에서 구해낼 때에도그리고 하인드가 꽁무니를 쫓아오면서 57mm 로켓탄을 퍼부을 때도 그는 '미 해병 제 1 특수수색대, 그릭스 하사'였다.
  푸른 게이트를 통과하기 전까지는.
  게이트를 통과한 지금은?

  "……."

  스스로도 애매한 지경이었다.
  초국가주의자들의 필사적인 추적에서 도주하면서 그야말로 죽음의 벽을 넘나들었던 일행은 솔직히 말해서 생존을 담보하기힘들 지경이었다. SAS 대원들이나 자신이 암만 전투훈련을 받았으며 그 엄청난 봉쇄를 뚫고 핵사일로에 진입해서 ICBM을막았기로서니, 고작 네 명이서 전투헬기까지 동원해서 쫓아오는 무리를 따돌리기란 요원한 일이다. 근본적으로 일행은 그저 좀 잘싸우는 인간일 뿐이다. 결코 초인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프라이스 대위는 루이즈를 탓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대원들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루이즈에게 화내지 말게."

  "예?"

  그릭스로써는 이유야 어렴풋이 짐작은 갔지만 그래도 환장을 할 노릇이었다.

  "불명확한 미래… 라고 하긴 좀 그렇군. 거의 죽음 쪽으로 기운 미래를 어그러뜨렸다는 이유로 애꿎은 여자아이를 괴롭히는건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맞는 말이었고 사실 할 말도 별로 없었다. 그 상황에서 그릭스 일행이 살아남을 확률은 그야말로 제로에 육박하고있었다. 같이 도망치던 대원들은 죄다 하인드의 기관포와 로켓탄, 트럭으로부터 날아온 RPG-7의 탄두, 총알 세례를 받고 저세상 고속 관광 티켓을 끊었다. 다리가 무너지던 그 순간 살아남은 대원은 네 사람 뿐이었다!
  지금은 살아 있음에 감사해야 할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성은 이성을 잘 따라주지 않는 것이다.

  "……."

  자신을 보고 비켜가는 학생을 뚱한 눈으로 쳐다보는 그릭스였다.
  길을 걷다가도 그릭스만 보면 피하는 인간들이 있는 곳이다. 트리스테인, 정확하게 할케기니아에는 흑인이란 존재하지않는다. 그처럼 새까만 피부를 가진 사람은 없다. 퀴르케? 그녀 또한 기껏해야 건강한 갈색 피부일 뿐. 그릭스처럼 새까만피부색의 소유자는 아니다. 재패니메이션에나 나올 법한 웃기는 인종 분포다.
  그릭스는 결코 성인군자가 아니다.

  "… 핫!"
 
  지나가던 사용인이 자신을 보고 놀라는 모습에 이젠 달리 할 말이 없을 지경이었다. 놀라지 말라고. 이제는 슬슬 적응할 때도 되지 않았냐?
  처음에는 짜증도 부렸고 화도 냈고, 여러가지로 네거티브하게 의사 표시를 해봤지만 그게 다 말짱 헛거였다. 아무리 해도검은색 피부에는 적응이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 학원의 교사고 학생이고 사용인들이고 누구든 간에 검은색 피부의 인간은신기하고… 불길한 모양이었다. 그, 뭐지. 시조 브리미르인가? 할케기니아판 예수 그리스도쯤 되는 인간을 모시는 종교가 있는데,이단 심문이랍시고 자신을 삶는 시늉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그게 뭐?
  … 라고. 마이 페이스로 쿨하게 나가는 것도 괜찮겠지. 평소라면 그랬을 것이다.
  프라이스 대위의 지적은 비교적 정확했다.
  우리는 목표가 없다. 그저 무기력하다.



  "어? 저기 저 사람은…."

  식당으로 들어온 사이토가 말끝을 흐렸다.
  점심 시간을 적당히 넘긴 시점이라 군데군데 학생들의 모습이 보이는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정말이지눈에 띌 수밖에 없었던 것이, 주위의 인간들과는 달리 피부색이 유독 검었기 때문이었다. 햇빛에 좀 그을려서 검어보인다던가 하는게아니었다. 그는 그냥 흑인이었다.
  지금까지 살펴 본 바로는(그렇다고 해봐야 학원 밖으로는 제대로 나가보지도 못했지만) 할케기니아에는 흑인이 존재하지않는다. 백인 뿐인듯 싶었다. 사이토네 세계에는 백인 내에도 앵글로 색슨이니 슬라브니 구분이 됐지만, 할케기니아가 그런 인종적인구별이 있을 지는 잘 모르겠고… 아무튼 그랬다. 흑인이 없는 땅인 것이다.

  "저 아저씨 이름이 아마… 그릭스였던가?"

  미합중국 해병특수수색대 소속 그릭스 하사. 하지만 사이토가 거기까지 알지는 못했다. 그냥 그릭스라는 이름의 군인이라는것 정도? 사실 사이토는 밀리터리적인 지식은 일천했기 때문에 SAS에 대해서는 그냥 영국의 특수부대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 하물며 포스 리컨이라니? 뭐야 그게?

  "네?"

  "아니, 저 사람 말야."

  시에스타는 사이토를 따라 그릭스를 쳐다봤다.
  그리고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릭스씨 말씀이시군요?"

  "알고 있어?"

  "제가 저 분들의 식사 담당이라서요."

  사이토는 시에스타가 그릭스를 쳐다보는 모습이 그리 편해보이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메이드는 어쨌든 시중드는 것이 일 아닌가? 메이드라는 개념이 일본의 경우가 있어서 좀 당혹스럽게 다가오긴 하지만… 어쨌든 간에.

  "왜 그래?"

  시에스타는 사이토와 그릭스를 번갈아 보며 망설였다.
  사이토는 굳이 채근할 마음은 없었는데도 시에스타가 자신의 눈치를 보는 것 같자 기분이 이상해졌다. 눈치 볼 일이 있나? 잘 모르겠는데….

  "저기, 그… 그릭스씨는 좀… 대하기 어려워요…."

  "응? 어째서?"

  사이토도 평범한 일본인 소년이고 외국인 볼 일이 별로 없기는 하지만 그릭스가 그렇게까지 낯선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여기 할케기니아 사람 만큼은 아니었던 것이다.

  "접근하기 어려운 분위기라서요…."

  "그렇던가?"

  하긴 멀리서 봐도 그릭스가 접근하지 말라는 오라를 풀풀 풍기는 것 같기는 했다. 사교성이 떨어지는 사람인가? 하지만 그렇게 보이지는 않던데…. 그러다가 사이토는 갑자기 이마를 딱 치더니 시에스타에게 말했다.

  "시에스타. 질문이 있는데… 혹시 여기에는 흑인이 없어?"

  "예?"

  "흑인 말야. 피부색이 검은 사람들."

  "그게… 저는 잘 모르겠네요. 들어본 적이 없는 걸요."

  사이토는 한숨을 쉬었다.
  따지고 보면 사이토 또한 비슷한 처지였다. 콜베르로부터도 할케기니아 사람 같지 않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고, 전후 사정이 다 드러난 이후에야 그가 비로소 납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런데 옆에 있는 시에스타는 그러면 뭐지?
  아무튼 눈에 띈다. 그릭스는.

  "뭐, 나하고 상관은 없지만."

  다른 대원들이라면 모르겠지만 유독 그릭스와는 대화를 주고 받은 기억이 없는 사이토로써는 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나이 차도 꽤 나는 사람한테 먼저 말 걸기도 그렇고… 무엇보다 사이토에게 그릭스의 위치가 애매한 탓이 컸다.
  프라이스 대위는 그냥 뭐랄까. 까마득하게 높았다.
  어떻게 대해야 할 지 태도가 자동으로 나온다.
  개즈? 옆집 아저씨 같은 분위기였다. 유머도 있는 편이고.
  무엇보다 그는 팀의 조율자 같은 위치에 있었다. 중도랄까. 그런 이유에서인지 모두가 편하게 대하는 느낌이었다. 사이토 또한 마찬가지다.
  소프와는 말할 것도 없다. 사실 대화라는게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것도 있어야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법이다. 하지만 소프와의 대화는 언제나 일방통행이니… 하지만 어느 한 쪽이 불편하다거나 하지 않은 것이 신기했다. 아마도 그가나이 차도 얼마 나지 않고, 의지할 만한 구석을 보여줬기 때문이리라.
  그릭스는?
  사이토는 잠깐 동안 스스로 그릭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머리 속에서 정리해봤다.
  그리고 답이 나왔는데 이건 그야말로 애매하기 짝이 없다는 결론이….

  "네?"

  "아무 것도 아냐. 그보다 식사 대접해준다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사이토는 그릭스가 그저 심기가 불편한 줄로만 알고 또 다시 외면해버렸다. 사실 외면이랄 것도 없는 게, 자존심을건드리지 않기 위한 배려라고도 할 수 있었다. 여자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바보 멍청이인 사이토였지만 남자에 대해서는 나름 잘 알고있었다. 스스로도 자존심이라는 것 때문에 얼마전에 삼도천을 건너다가 돌아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사태는 그렇게까지 단순하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 단순하게 흘러가지도 않았다.

by 필립호빵 | 2008/07/08 20:26 | 끼적끼적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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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시노조스 at 2008/07/08 20:46
역시 재미있습니다! 소프는 멋지군요!
물론 아직 읽지는 않았습니다.
Commented by Juice at 2008/07/10 02:18
4화 4화 빨리 빨리
Commented by 드럼군 at 2008/07/13 10:26
달려라 좋빵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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